연재 ㅣ 고광윤의 영어 그림책 여행
‘Stuck'


고광윤 |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슬로우 미러클 영어 그림책 박물관 대표

어릴 적 놀다가 연이 나뭇가지에 걸려 당황했던 기억, 혹시 있으신가요? 그때 어떻게 하셨는지 기억나십니까?

플로이드(Floyd)는 나뭇가지에 걸린 연을 흔들어 떨어뜨리려 하지만 잘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당장 손에 잡히는 신발 한 짝을 던졌겠지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이니까요. 하지만 재수 없게도 그 신발까지 걸리고 맙니다. 그래서 다른 한 짝을 또 던져보지만 그것마저 나무에 걸려 꼼짝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그만두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텐데, 플로이드는 정말 우직한 아이인가 봅니다. 포기는커녕 고양이, 사다리, 싱크대, 오랑우탄, 고래, 심지어는 지나가던 소방차와 소방관까지—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던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던지는 족족 나무에 걸리고 마네요. 플로이드는 과연 연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얼핏 보면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 던지는 것으로 끝나는, 매우 싱거운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침없는 사건 전개, 독자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위트와 유머,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드러나는 예기치 못한 복선까지—어느 것 하나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소년의 엉뚱하고도 터무니없는 ‘닥치는 대로 던지기'가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생각을 흐르게 합니다. 이런저런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집니다. 어느새 우리 자신의 모습도 겹쳐 보이고, 숨겨진 속마음까지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계속 쌓이고, 그 터무니없음이 극에 달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누적형 이야기(cumulative tale)입니다. 우연히 맞닥뜨린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됩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얼토당토않은 상황으로 끌어올린 작가의 상상력과 유머 감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구경꾼이 되어 소년의 던지기를 지켜봅니다. 무언가를 던지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또 다른 것을 던지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던지기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그가 연을 되찾기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떠오를 만도 하건만, 선택은 늘 구경꾼의 즐거움을 위한 쪽입니다. 상식이나 논리, 독자의 기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차 없이 던져버립니다.

백미는 단연 마지막 던지기입니다. 작가가 주인공 소년을 통해 툭 던지는,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이지요. 잠자리에 들기 전 소년은 분명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되찾고 싶었던 연을 찾아 실컷 놀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너무 피곤해 아예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요? 어쨌든 소년에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우리 자신의 일상과 인생을 보는 듯합니다.

우리의 어리석음과 고집스러움, 때로는 이기적이며 무책임하기까지 한 모습을 이토록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웃고 즐길 수 있게 하다니요. 그 웃음 속에서, 살아오며 경험한 무모한 던지기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