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수 기자 imsu@sisajournal.com]

"사법행정권 행사에 있어 대법원장의 직무권한을 수석부장판사보다 폭넓게 해석한 것"

사법농단 의혹으로 특검에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연합뉴스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졌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심 유죄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양승태 코트'가 특정 사건 재판에 개입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봤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의혹 관련해 직권남용 성립을 인정하지 않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상고심에서는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한 직권남용을 어디까지 인정할 지가 비중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4-1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직권남용 성립에 대한 법리 오해 및 양형 부당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해 1심 무죄 판단을 뒤집고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검찰이 47개 혐의로 기소했는데, 그중 2건의 재판 개입에 대해 직권남용이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2심은 양 전 대법관 재임 시절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 위반 사건 재판장에게 전화해 한정위헌 제청 결정을 직권취소하고 단순 위헌 제청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사건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가 만든 자료를 검토하게 한 것 역시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공모가 있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면서도 직권남용은 인정하지 않았다. 임 전 부장판사는 법관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법관의 재판 개입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유죄를, 임 전 부장판사는 무죄로 갈린 셈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를 두고 "사법행정권 행사에 있어 대법원장의 직무권한을 (수석부장판사보다) 폭넓게 해석한 것"이라며 "통상 대통령에 대해서도 포괄적 권한을 전제로 행정부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보는데, 대법원장도 사법부를 총괄하는 직무 권한을 넓게 보고 재판 개입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한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전 부장판사의 무죄 선고는)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유독 대법원장·법원장·수석부장판사 등 사법행정권자에 의한 재판 개입의 경우에만 배제해주는, 법관 특혜성 법리였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 사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기존 판결을 변경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