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고 나중에 낸다, 베트남 무이자 할부 소비가 쇼핑을 바꾼다
신용카드 보급률 5% 나라에서 2026년 약 25억 달러 시장으로 -펀딘·크레디보·모모가 이끄는 새로운 소비 방식
호찌민의 20대 직장인 린이 틱톡숍에서 50만 동짜리 화장품을 고른다. 결제 화면에서 "3회 무이자 분할 납부"를 선택한다. 오늘은 17만 동만 내면 된다. 신용카드가 없어도 된다.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할 필요도 없다. 앱 하나로 30초 안에 승인이 난다. 이것이 베트남에서 지금 가장 빠르게 퍼지는 소비 방식이다. "지금 사고 나중에 내는(Buy Now Pay Later)"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베트남 소비 문화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① 왜 베트남에서 이렇게 빠르게 퍼지는가
베트남 인구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약 5~6%다. 100명 중 94~95명이 신용카드 없이 산다. 그런데 소득은 올라가고 갖고 싶은 물건은 늘어난다. 이 둘 사이의 간격을 무이자 할부가 메운다. 신용카드 없이도, 은행 대출 없이도, 스마트폰 앱으로 소액 물건부터 가전제품·교육비·의료비까지 나눠 낼 수 있다. 이것이 이 시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8.3%라는 폭발적 속도로 성장한 이유다.
이 서비스를 쓰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꼽는 것은 "이자가 없다"(57%)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당장 사고 싶다"(55%)이고 세 번째는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55%)다. 현재 30세 미만이 전체 무이자 할부 거래의 60%를 차지한다. 신용이라는 개념 자체를 은행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에서 배운 세대가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전자상거래 급성장도 이 시장을 키웠다. 베트남 온라인 쇼핑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면서 결제 방식에서의 편의가 구매 결정을 좌우하게 됐다. 틱톡숍·쇼피·라자다 같은 플랫폼에 무이자 할부 버튼 하나를 올려놓는 것만으로 구매 전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플랫폼들이 확인했다.
② 시장 현황 - 2026년 약 25억 달러·2031년 약 46억 달러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 기준으로 베트남 무이자 할부 시장은 2025년 약 21억4,000만 달러(한화 약 2조9,250억 원)에서 2026년 약 25억 달러(한화 약 3조4,170억 원)로 1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031년까지 약 45억5,000만 달러(한화 약 6조2,160억 원)에 달하는 것이 목표다. 더 높은 성장을 예측하는 기관도 있다. 더리포트큐브스(The Report Cubes)는 2025년 시장 규모를 27억5,000만 달러로 보고 2034년 183억8,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관별로 추산 방식의 차이가 있어 절대 수치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공통으로 확인되는 것은 두 자릿수 이상의 빠른 성장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순수 금융기술 기업들이다. 펀딘(Fundiin·베트남 토종)·크레디보(Kredivo·인도네시아계)·아톰(Atome·싱가포르계)·모비(MOVI)가 이 그룹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금융기관이다. 모모(MoMo)가 "비사우(Ví Trả Sau·후불 지갑)" 서비스를 출시했고 FE크레딧·홈크레딧 같은 소비자 금융사들도 앱 기반 무이자 할부로 전환하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방식은 "4회 분할"이다. 전체 시장의 약 34%가 이 방식이다. 전체 결제의 41%가 온라인 전자상거래 결제 시점에 이루어지며 남부(호찌민 중심) 지역이 전체 시장의 약 45%를 차지한다.
③ 전자제품에서 교육비까지 - 쓰이는 곳이 빠르게 넓어진다
처음에는 전자제품·패션이 중심이었다. 스마트폰·노트북·에어컨 같이 한 번에 내기 부담스러운 물건을 나눠 내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2026년 들어 쓰이는 곳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교육 무이자 할부가 가장 눈에 띄는 새로운 영역이다. 2026년 초 펀딘과 모비가 호찌민시의 사립 학교들과 협약을 맺고 분기별 학원비·사립 초등학교 수업료를 무이자로 나눠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젊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비를 부담스럽지 않게 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건강 분야도 마찬가지다. 치과 치료비·미용 시술비·건강검진 비용을 나눠 낼 수 있는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아파도 돈이 없어서 못 간다"는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루빅탑(Rubiktop)의 분석에 따르면 하노이·호찌민시의 젊은 직장인들이 무이자 할부를 "단순한 할부"가 아니라 "현금을 고수익 예금에 두면서 소비도 하는 전략적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④ 한국 기업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가
베트남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한국 기업들에게 무이자 할부는 판매 촉진의 새로운 도구다. 전자제품·가구·의류·화장품·교육 서비스를 베트남에서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현지 무이자 할부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가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이라도 무이자 할부 옵션이 있는 곳을 선택한다. 또한 한국의 무이자 할부·소비자 금융 기술이 베트남에서 직접 사업화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이 금융기술 시범 운영 제도를 도입하면서 외국 금융기술 기업들이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 편집부 평가
무이자 할부는 베트남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대출"이 아니다. 신용카드가 없는 1억 명의 소비자가 처음으로 갖게 된 "소비의 자유"다. 교육비·의료비·전자제품까지 영역이 넓어질수록 이 시장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베트남 소비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 베트남 핀테크 편에서 다뤘던 은행 미보유 인구 4,000만 명의 문제가 무이자 할부로 가장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 이 시장의 가장 큰 의미다.
출처: Research and Markets "Vietnam BNPL Market $2.14B 2025→$4.55B 2031 CAGR 12.7%" (2026) · The Report Cubes "Vietnam BNPL $2.75B 2025→$18.38B 2034 CAGR 23.5%" (2026) · GlobeNewsWire "Vietnam BNPL Market $2.61B 2025 CAGR 58.3% 2021-2024" (2025.02.17) · Vietnam Briefing "Market for Buy Now Pay Later Vietnam: credit card penetration 5%" (2025) · TraceData Research "Vietnam BNPL VND9.2T 2023: 30세 미만 60%" · Rubiktop "Vietnam's Shift to Smarter Pay Later 2026" (2026) · Mastercard New Payments Index "83% APAC familiar BNPL 57% zero interest" · FintechFutures "Vietnam BNPL Atome Kredivo Pharmacity partnersh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