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짜리 음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믹슈(Mixue) - 중국 식음료 체인의 돌풍
빨간색 왕관을 쓴 눈사람 캐릭터가 베트남 골목 어귀에서 손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 2018년이었다. 1잔에 1만5,000동, 우리 돈으로 약 800원.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 하나에 1만 동(약 540원). 처음엔 "이렇게 싼 게 제대로 된 맛이겠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한 번 먹어본 사람이 다음 날 또 왔다. 2024년 9월 기준 베트남 전국에 1,304개 매장이 생겼다. 매장 수 기준 베트남 내 식음료 브랜드 중 최상위권이었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부터 믹슈 매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성공과 조정이 동시에 진행 중인 이 브랜드가 베트남 라이프스타일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살펴본다.
① 어떻게 베트남을 사로잡았나 - 싼 것의 힘
믹슈는 1997년 중국 정저우에서 대학교 1학년생 장훙차오가 직접 만든 빙수를 팔며 시작했다. 2018년 베트남에 첫 매장을 냈을 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스타벅스·하이랜즈커피·공차가 이미 자리를 잡은 시장이었다. 믹슈의 전략은 하나였다. 그 어떤 경쟁자도 흉내 낼 수 없는 가격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싸게 팔 수 있는가. 비밀은 공급망에 있다. 믹슈는 설탕·차·아이스크림 재료를 자체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가맹점에 공급한다. 중간 유통 단계가 없다. 메뉴도 단순하다. 소프트 아이스크림·레몬차·밀크티 몇 가지. 복잡한 재료가 필요 없으니 인건비도 낮다. 이 구조가 800원짜리 가격을 가능하게 했다. 베트남 평균 소득을 감안하면 믹슈 음료 한 잔은 길거리 커피 한 잔과 비슷한 가격이다. 그런데 맛은 훨씬 달콤하고 눈에 보기도 예쁘다.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진 이유다.
또 하나의 전략이 있었다. 베트남에 진출할 때 가맹비를 받지 않았다. 가맹점주가 초기에 부담하는 비용이 경쟁사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니 가맹 신청자가 몰렸고 매장이 빠르게 늘었다. 베트남은 2024년 9월 기준 인도네시아에 이어 믹슈의 세계 두 번째 해외 시장이 됐다.

② 베트남 라이프스타일에 무엇을 남겼나
믹슈가 베트남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차가운 음료를 매일 사 마시는 습관"이다. 이전까지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카페 음료는 조금 특별한 날에 마시는 것이었다. 믹슈 덕분에 학교 앞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듯 음료를 사 마시는 일상이 만들어졌다. 영어로 표현하면 "일상 음료의 민주화"다.
두 번째 변화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믹슈의 "눈사람 왕 캐릭터" 마스코트와 중독성 강한 "나는 눈사람 왕(I am Snow King)" 홍보 노래가 틱톡에서 폭발적으로 퍼졌다. 베트남 틱토커들이 이 노래를 배경으로 한 영상을 수백만 건 올렸다. 제품이 아니라 캐릭터와 노래가 브랜드를 퍼뜨렸다. 2025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기업에 믹슈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이 마케팅 방식을 세계가 인정한 결과다.
세 번째 변화는 로컬 브랜드들에게 "싸고 예쁘게"라는 새로운 경쟁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믹슈가 베트남 시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저가 음료 시장은 위생·품질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 믹슈가 깔끔한 매장과 표준화된 맛으로 저가 시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베트남 로컬 저가 음료 브랜드들도 덩달아 수준을 끌어올렸다.

③ 급팽창 후 조정 - 지금 믹슈 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2025년 하반기부터 베트남 전국에서 믹슈 매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브이엔익스프레스(VnExpress)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믹슈의 해외 매장 수가 89개 순감소했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주요 감소 지역이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수익은 2.3%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5% 줄었다. 믹슈 측은 이를 "저 성과 매장 정리와 핵심 상권 재배치"라고 설명했다. 가맹비를 받지 않는 전략이 처음에는 빠른 확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수익성이 낮은 매장이 너무 많이 생겨난 부작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믹슈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이 믹슈의 세계 세 번째 해외 시장이라는 지위는 유지되고 있다. 재배치된 매장 125개에서 일일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는 믹슈 측의 보고가 이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6년 베트남 가맹 설명회에서 93개 신규 매장 계약이 체결됐다. 하노이·박닌·하이퐁·다낭의 주요 상권에 업그레이드된 플래그십 매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무차별 확장에서 선별적 내실화로 전략이 바뀐 것이다.

★ 편집부 한 마디
믹슈는 베트남에서 단순히 음료를 판 것이 아니다. "800원짜리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은 "빠르게 크는 것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두 번째 교훈을 현재 진행형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 주는 비슷한 시기에 반대 방향에서 교훈을 전하는 더 커피 하우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때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가 매장 절반을 닫고 완전히 다시 태어나고 있는 브랜드다.
출처: VnExpress "World's biggest F&B chain Mixue closes 89 overseas stores, many in Vietnam" (2026.09) · VietnamNet "Mixue's bubble tea boom cools down in Vietnam" (2025) · Wikipedia "Mixue Ice Cream & Tea: 59,823 stores, revenue RMB33.56B 2025" · Manila Times "Mixue Vietnam Continues Steady Growth with Record Franchise Signings" (2025.11) · CKGSB Knowledge "How Mixue Built a Low-Cost Empire" · TIME "TIME100 Most Influential Companies 2025: Mixue" · Baike.baidu "Mixue Group 2026 interim: revenue 15.2B yuan, net profit -15% Y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