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英 연구팀 “식품 소금 함량 소폭 낮추는 정책 통해 큰 효과 가능”정부의 정책으로 빵과 가공식품 등 우리가 평소 먹는 식품의 소금 함량을 조금만 줄여도 국가 차원에서 수만 건의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매일 식탁에 오르는 빵과 가공식품의 소금 함량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만 줄여도, 국가 차원에서 수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개인이 식습관을 바꾸려 애쓰지 않아도 정책만으로 심장병과 뇌졸중 환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심장협회(AHA)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게재된 프랑스와 영국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정부 정책으로 가공식품과 조리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소폭만 낮춰도 국가 전체에서 볼 때는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주범이다. 고혈압은 심장마비, 뇌졸중, 만성 신장 질환, 심지어 치매까지 유발하는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소금 약 5g) 미만으로 권고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제 섭취량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길 기대하는 대신, 사회 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넛지(nudge) 효과'다.
프랑스 연구팀은 프랑스인의 주식인 바게트의 소금 함량을 줄이는 정책의 효과를 분석했다. 2025년까지 나트륨 감축 목표가 완전히 달성될 경우, 1인당 하루 소금 섭취량은 0.35g 감소한다. 이는 개인에게는 미미한 변화지만, 프랑스 전체 인구로 확대하면 연간 1186명의 사망을 막고, 허혈성 심장 질환 입원율은 1.04%, 뇌졸중 입원율은 최대 1.05%까지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프랑스 연구의 주저자인 클레망스 그라브 박사는 "이 접근법은 개인의 행동 변화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효과적"이라며 "개인의 행동 변화는 달성하기도 어렵고 지속하기도 어렵지만, 이 방법은 자연스럽게 더 건강한 식생활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영국 연구팀은 빵, 치즈, 육류를 포함한 84개 가공식품과 외식 품목의 나트륨 감축 목표가 달성됐을 때를 가정했다.
그 결과, 1인당 평균 일일 소금 섭취량이 17.5%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년의 기간으로 환산하면, 약 10만3000건의 심장 질환과 약 2만5000건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약 10억 파운드(약 1조7000억원)의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로렌 밴디 영국 옥스퍼드대 식품 및 인구 건강 박사는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그렇듯 영국에서도 주요 사망 원인이므로 소금 섭취량과 혈압을 낮추는 것은 큰 이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식품 기업들이 2024년 소금 섭취량 감축 목표를 완전히 달성했다면 수만 건의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고, 의료비용을 크게 절감하며, 공중 보건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심장학회의 2025년 고혈압 가이드라인 위원장인 다니엘 존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국가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존스 박사는 "이 두 가지 모델링 연구 모두 나트륨 섭취를 줄임으로써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을 보여준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의 소금 함량을 제한하는 이러한 국가적 접근 방식은 외식으로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국가에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트륨 섭취 감소는 개인 수준에서는 혈압에 약간의 개선 효과를 가져오지만, 이러한 작은 변화가 대규모 인구 집단에서는 큰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오래전부터 범정부 차원의 나트륨 저감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2000년대 초반 일평균 5000mg 수준에서 최근 3000mg대 초반까지 약 40%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2000mg)의 1.5배 수준으로, 추가적인 나트륨 저감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