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피로감·체중감소·소화불량
- 신체변화에 관심둬야 조기 발견
- 공포의 대상 아닌 관리대상으로
- 불치병에서 만성질환 인식 전환

#1. 50대의 한 남성 직장인은 몇 달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식사량이 줄었지만, 야근과 회식 등으로 병원 방문을 미뤘다. 체중 감소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후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고, 검사 결과는 진행성 위암이었다. 그는 “일이 바빠 미뤘다”는 말만 반복했다.

#2. 40대 후반의 여성 환자는 발열이 주기적으로 반복됐으나, 계속 미루다가 어느 날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병원을 찾았다. 피부 자반증을 포함한 이상소견이 확인됐고, 정밀 검사 결과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일 때문에 내원을 미룬 걸 후회했다.
주영돈 좋은강안병원 진료부원장(종양혈액내과)이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종양혈액내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조금만 더 빨리 올 걸. 정말 후회됩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종종 암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진료 과정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그 이전부터 몸은 이미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반복되는 피로감, 체중 변화, 소화 불편 같은 가볍게 넘기기 쉬운 변화가 있었지만, 무시한 것이 지금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들은 대개 일상적인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자위하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예가 대부분이다. 특히 통증이 없으면 큰 병이 아닐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암은 초기일수록 증상이 거의 없거나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아프지 않다는 이유로 안심하는 사이 병은 조용히 진행된다.

건강검진에 대한 안도감도 병원 방문을 늦추는 이유가 된다. “지난해 검진을 받아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말은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건강검진은 모든 암을 한 번에 찾아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검진 후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몸 상태가 이전과 달라졌다면 과거의 결과만으로 현재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종양혈액내과에서 진료해본 결과 빨리 병원을 찾아 손해 보는 사례는 거의 없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치료 선택지가 더 넓었을 환자들을 마주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차이는 병의 종류보다 ‘언제 병원을 찾았는가’에서 갈린다.

암에 대한 인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재발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하면 단기간 사망을 기정사실로 여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을 더는 ‘불치병’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치료와 추적 관리로 조절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인식한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최적의 면역항암제 및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법의 발전으로 암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이다. 200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암 정상회의’에서 지정된 후 국제암연맹(UICC)을 중심으로 예방과 환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된다. 이날은 암을 두려워하자는 날이 아니다. 몸의 변화가 이전과 다르다고 느껴질 때, 그 신호를 미루지 말고 암을 상기하자는 날이다. 암은 결코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종종 너무 늦게 병원에 도착할 뿐이다. 이제는 암을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기기보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질환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종양혈액내과 의사도 단순히 환자의 생존만을 위한 치료가 아니라 치료 후 환자의 삶 전체를 고려하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