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바이오 펀드인 ‘임상 3상 특화펀드’는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상이라고 판단합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임상 3상에 들어가야 하는 신약 후보 물질이라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은커녕 시장에서 외면받는 신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달 중 운용사 공모를 앞둔 임상 3상 특화펀드를 보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시큰둥하다. 정부는 올해 확보한 예산 600억 원에 국책은행 자금 300억 원, 민간 자금 600억 원을 더해 임상 3상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된 수익 기반이었던 ‘기술 수출 모델’을 넘어 임상 3상까지 완주해 글로벌 시장에 상업화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장성 높은 신약이 임상 3상에 진입할 경우 민간투자금이 경쟁적으로 따라붙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적인 자금까지 투입해 임상 3상을 진행해야 하는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3000억 원을 들여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았지만 연간 생산액이 수십억 원에 그친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임상 3상에 성공하려면 신약 물질의 경쟁력과 자금력 외에 임상 운영 능력도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 중 글로벌 임상 3상을 운영해본 곳은 손에 꼽는다. 3상에 이어 품목 허가까지 받는다 해도 영업·마케팅 능력은 또 다른 문제다. 해외 유수의 바이오 벤처들조차 품목 허가 이전 단계에서 빅파마에 기술을 넘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1500억 원이라는 자금은 대규모 임상 3상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수많은 전임상 또는 임상 1상을 진행하기에는 충분한 규모다. 지금 한국 신약 개발 생태계에서는 더 많은 유망한 임상 1·2상 물질을 만들어내 다양한 해외 파트너사와 글로벌 임상 3상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